4화. 괜찮냐는 말 뒤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엄마! 나 넘어졌어!" 신이 나서 자랑하듯 외치는 소리.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나갔다. 아이의 무릎엔 흙먼지 사이로 붉은 생채기가 나 있었고, 반바지 밑단엔 놀이터 모래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그 생채기를 보는 순간, 걱정보다 먼저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다쳐서 왔다는 것부터가 싫었다.
"괜찮아? 아프지 않았어?"
입에서는 배운 대로 말이 나갔다. 책에서, 영상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배운 그 말을 가장 먼저 했다.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말 뒤에서 나는 이미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친구랑 술래잡기하다가 넘어졌어! 근데 나도 걔 밀었어!" 하고 자랑처럼 떠들어대는 순간, 괜찮냐는 말 뒤에 눌러 두었던 화가 울컥 터져 나왔다.
"누굴 밀었다고?"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날카로워졌다. 아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씩 걷혔다.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아이가 원하는 건 걱정과 위로라는 걸. 그런데 나는 다그치고 있었다.

아이는 억울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다친 건 자기인데 왜 혼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 나도 안다. 그 표정을 볼 때마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게 다정한 엄마가 할 행동은 아니라는 걸.
그런데도 이런 순간마다 나는 더 엄하게, 더 완벽하게, 타인에게 폐 끼치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 애썼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두 딸은 벌써 밖에서 붙임성 좋고 예의 바르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들으면 잠깐 기분이 좋아져서, 그래 다시 잘해보자 마음먹는다. 그러다 곧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면, 다시 화가 치밀었다. 아무래도 내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다.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나 보다. 두려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많은 엄마들이 낮에 아이에게 화를 내고, 밤이면 잠든 아이 옆에서 미안해서 운다고들 한다. 나는 그런 이유로 울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우는 밤은 대개, 끝내 삭이지 못한 화가 분해서였다.

그날 밤도 그랬다. 잠든 아이의 무릎에 붙여준 밴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미안함보다 먼저 올라온 건 낮에 다 풀지 못한 분이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낮에 아이에게 건넸던 "괜찮아?"가 떠올랐다. 그 말은 정말 아이를 위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좋은 엄마처럼 보이기 위해 외워 둔 대사였을까.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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