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3화. 완벽한 엄마들 틈에서
복직 후 첫 팀 회식 자리였다. 옆자리 동료가 휴대폰을 꺼내 아이 사진을 보여주며 웃었다. "얘 요즘 얼마나 예쁜 말만 하는지 몰라요. 어제는 저한테 '엄마 오늘도 예뻐' 그러는 거 있죠." 다들 웃으며 사진을 돌려 봤다. 나도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 나이대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나는 왜 저렇게 웃으며 자랑할 얘깃거리가 하나도 없을까.그 동료는 나와 같은 워킹맘이었고, 나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이를 낳은 적 없는 사람처럼 완벽한 몸매를 유지했고, 빈틈없이 살림을 해냈고, 무엇보다 아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얼굴에 진짜 사랑이 묻어났다.나는 그 앞에서 한없이 못나고 부족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사실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 저절로 '엄마 모드'가 켜지는 줄 ..
2026. 9. 17. 02:42
「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2화. 처음이라는 나라의 밤
낯선 나라에도 분명 아름다운 풍경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내 삶은 온통 '처음'으로 가득 찼다. 뒤집기에 처음 성공하던 날, 되집기까지 해내던 날, 배밀이는 건너뛰고 다짜고짜 네발로 기어다니기 시작하던 날, 무언가를 잡고 처음 일어서던 날. 하루하루가 낯설고, 그래서 더 반짝였다.지치고 화가 나 있다가도 아이가 해맑게 다가와 말도 못하면서 눈빛만으로 엄마를 부르며 안겨오면, 그 체온이 너무 포근해서 나도 모르게 무장 해제되곤 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구나. 그렇게 황홀했던 순간도 분명 많았다. 하지만 그 나라의 밤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새벽 세 시, 아이는 세 시간째 울고 있었다. 젖을 물려도, 기저귀를 갈아도, 안고 흔들어도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창밖은 캄캄했고..
2026. 9. 13. 14:26
「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1화. 낯선 나라의 입구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이 뜨던 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직 콩알보다도 작은, 초음파로 한참을 들여다봐야 겨우 점처럼 보이는 세포 하나였는데, 그날부터 주위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말이 통째로 바뀌었다. 산모님. 엄마. 낯선 이름표가 순식간에 나에게 덧씌워졌다.받아들일 준비 같은 건 없었다. 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실감이 날 리 없었다. 그런데도 매주 병원에 가야 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병원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유도 없이 그 냄새, 그 분위기, 주삿바늘까지 싫어서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발도 들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위해 매주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그만큼 낯설었다.두 아이 모두 흔하다는 태몽 한 번 없이 어느 ..
2026. 9. 9.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