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1화. 낯선 나라의 입구

은비(銀朏) · 2026. 9. 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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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이 뜨던 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직 콩알보다도 작은, 초음파로 한참을 들여다봐야 겨우 점처럼 보이는 세포 하나였는데, 그날부터 주위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말이 통째로 바뀌었다. 산모님. 엄마. 낯선 이름표가 순식간에 나에게 덧씌워졌다.

임신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이 뜨던 날

받아들일 준비 같은 건 없었다. 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실감이 날 리 없었다. 그런데도 매주 병원에 가야 했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병원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유도 없이 그 냄새, 그 분위기, 주삿바늘까지 싫어서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발도 들이지 않았다. 그런 내가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위해 매주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모든 게 새로웠고, 그만큼 낯설었다.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위해 대기중인 혼란스러운 산모

두 아이 모두 흔하다는 태몽 한 번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첫째 때는 태동이라는 것도 사실 잘 몰랐다. 워낙 얌전한 아이였는지 막달이 다 되어가도록 느껴지는 움직임이 거의 없어서, 검진 때마다 걱정스레 물으면 의사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만 했다. 아, 그렇구나. 그 말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막달 검사까지 마친 어느 날, 아래쪽에서 뭔가 툭 터지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깼다. 화장실 불을 켜고 확인해보니 옅은 분홍빛. 혹시 몰라 사진부터 찍어두고,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그날 나는 첫째를 낳았다. 그리고 그날부터는 산모님이 아니라, 누구나 나를 그냥 '엄마'라고 불렀다.

출산, 그리고 시작된 엄마라는 여정

그 호칭이 정말로 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자각은, 그날 바로 오지 않았다. 그저 낯설었다. 마른 체격도 아니었지만 160cm에 50kg대, 평범한 몸이었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 이렇게 큰 생명체가 내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다.

 

그날 이후 내 일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이 작은 아이의 시간표에 맞춰 다시 짜여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에 뚝 떨어진 것처럼, 나는 지도도 없이 그 나라의 말과 규칙을 하나씩 배워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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