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6화. 말이 통하는 아이들 앞에서

은비(銀朏) · 2026. 11. 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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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땐, 내가 힘든 이유가 분명하다고 믿었다.

할 줄 아는 게 너무 적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해서. 그래서 답답한 거라고, 그래서 내가 더 힘든 거라고... 그러니 크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스스로 하는 일이 늘면 내 손도 덜 갈 테고, 집안일도 육아도 도맡다시피 하는 남편도 한숨 돌릴 테고.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듣고 내가 아이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 이 낯선 나라도 조금은 살 만해질 거라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자랄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어두운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실에서 서로 등 돌리고 토라진 두 아이(팔짱 낀 큰아이, 눈물 맺힌 작은아이), 그 사이에서 지친 엄마

할 줄 아는 게 늘어난 만큼 고집도 자랐다. 성향이 정반대인 두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혔다. 밖에서 어디선가 배워 온 나쁜 말들이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집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는 어느새 사춘기라도 온 양 새초롬해졌다.

"아, 알았다고."

눈도 마주치지 않고 툭 던지는 말투에, 나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그 헛웃음 끝엔 어김없이 화가 따라왔다.

 

둘째는 정반대였다. 아주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마음을 다 쏟아버렸다. 질투하고, 서운해하고, 삐졌다. 어느 쪽으로 달래도 정답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고집에서 시작된 훈육은 한 시간이 기본이었다.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서로 지지 않으려 버티다가, 어르고 달래고, 마침내 누군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고 나서야 겨우 대화가 통했다. 사과하고, 화해하고.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텅 비어 있었다. 그런 날은 줄기는커녕 늘어만 갔다.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적이 있었다. 얼른 자라서 나와 동등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 나누는 날이 오기를. 그런데 막상 진짜 대화가 시작되자 우리는 더 자주 부딪혔다. 말이 통하니까, 오히려 더 답답했다.

첫째와 말씨름한 뒤, 닫힌 아이 방문 앞 복도 벽에 기대 앉은 엄마.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쓸쓸한 저녁

 

언젠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내 것처럼 쥐고 있지 말자고, 내려놓고 풀어주자고 다짐했었다. 지금도 그 다짐을 몇 번이고 곱씹는다. 하지만 첫째와 한바탕 말씨름을 한 날이면, 그 다짐이 우스워진다.

 

나는 이미 글렀구나. 그때가 되면 놓아주기는커녕 잔소리만 늘어놓는 무서운 엄마가 되어 있겠지. 아이들은 하나둘 내게서 멀어지겠지. 오래전 내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결국 외로운 가장으로 남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 이유 없이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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