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나라」

5화. 처음 '엄마'라고 불린 날

은비(銀朏) · 2026. 10. 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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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이 낯선 나라에서의 나날이 마냥 우울하고 힘들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아이의 웃음은 언제나 순수함 그 자체였다.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던 나에게는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악의라고는 조금도 없는 웃음이었다. 지치고 화가 나 있다가도 아이가 해맑게 다가와 안겨오면, 그 작은 몸의 온기에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되곤 했다. 말도 못 하면서 눈빛으로 엄마를 부르던 얼굴. 아, 이래서 다들 아이를 낳는구나. 그 황홀함에 한참 동안 아이를 안고 앉아 있던 날도 많았다.

 

배밀이는 건너뛰고 다짜고짜 네발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던 날.. 활짝 웃는 아기

뒤집기에 처음 성공하던 날, 되집기까지 해내던 날, 배밀이는 건너뛰고 다짜고짜 네발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던 날, 무언가를 붙잡고 처음 일어서던 날, 아무것도 잡지 않고 혼자 서 있던 날, 두 발로 뒤뚱뒤뚱 처음 내게 걸어오던 날, 내 손을 잡고 생애 첫 신발을 신고 집 밖을 나서던 날.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은 다시 한번 온통 '처음'으로 채워졌다.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신기했고, 경이로웠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 엄마라는 자각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너무 지치는 날엔 아이가 작게 칭얼거리기만 해도 짜증이 치밀었고, 아이가 미웠던 적도 많았다. '엄마'라는 단어 속으로 내가 지워지는 것만 같아서,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 단어를 자꾸만 밀어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엄마 품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처음 "엄마"를 부르는 아기, 놀라서 멈춘 엄마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말문이 트였다.

"엄마."

서툰 발음이었다. 처음엔 그게 정말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이는 남편을 보며 "아빠", 나를 보며 다시 "엄마" 했다. 몇 번을 더 듣고 나서야, 나는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 정말 내가 엄마구나.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묵직한 생각 하나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 작은 아이의 인생을,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하는구나.

낯선 나라의 말을 하나씩 알아듣기 시작한 것도, 그날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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